라면, 만두 마늘 고춧가루
오늘은 ‘칠월 칠석’입니다. 양력으론 오늘이 8월 24일이지만 음력으론 엄연히 7월하고도 7일이니까 말입니다. 이 같이 7월7일을 칠석(七夕)이라고 하는 까닭은 1년 동안 서로 떨어져 있던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날이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네요.
지금도 인구에 회자되는 경우와 직녀의 애틋한 러브스토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하늘나라 목동이었던 견우는 옥황상제의 손녀인 직녀와 결혼하였다지요. 한데 그들은 결혼하고도 놀고먹으며 게으름을 피우자 옥황상제께선 크게 노하여 견우는 은하수 동쪽에, 직녀는 은하수 서쪽에 떨어져 살게 하였답니다.
그래서 이 두 부부는 서로 그리워 하면서도 건널 수 없는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까맣게 애를 태우면서 지내야 했다는군요. 이러한 견우와 직녀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들은 까마귀와 까치들은 해마다 칠석날에 이들을 만나게 해주기 위하여 하늘로 올라가 다리를 놓아 주었으니 그것이 곧 오작교(烏鵲橋)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견우와 직녀는 칠석날이 되면 이 오작교를 건너 서로 그리던 임을 만나 1년 동안 쌓였던 회포를 풀고 다시 헤어진다지요? 따라서 칠석날에는 까치와 까마귀는 한 마리도 없으며 어쩌다 있는 것은 병이 들어 하늘로 올라갈 수 없는 것들이라고도 합니다.
또한 까마귀와 까치는 이날 오작교의 다리를 놓느라 머리가 모두 벗겨지게 된다고도 전해집니다. 그렇다면 평소 터프한 녀석들로 알았는데 실은 까마귀와 까치는 착한 새들인 셈이겠지요?
또한 칠석날에 비가 내리는 일도 많은데 이는 견우와 직녀가 서로 타고 갈 수레 준비를 하느라고 먼지 앉은 수레를 씻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렇게 칠석날인 오늘은 비가 지금껏 내리는 것인가 봅니다.
과거 칠석날엔 또한 여인들은 바느질과 수놓기 대회를 하였고 남자들은 새끼 꼬기와 농악, 그리고 씨름 따위를 하며 오늘 하루를 평소완 달리 사뭇 푼푼하게 보냈다고 전해집니다.
과거 할머니께선 칠석날이 되면 이 손자에게 칠석날 먹는 음식이라며 그 없는 살림임에도 밀국수와 밀전병 따위를 손수 만들어 주시곤 하셨지요. 온종일 비가 오는 가운데 주간 근무를 마치고 귀가하려니 오늘이 명색이 칠석인데 평범한 밥과 반찬, 그것도 오늘 아침에 지어놓은 ‘찬밥’을 다시 먹는다는 건 왠지 칠석날에 어울리지도 않거니와 예의 또한 아니란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꿩 대신 닭이랬다고 집에 있는 라면에 만두까지를 넣어 평소완 달리 다소 푸짐한(?) 저녁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어쨌거나 오늘 칠석을 맞았으니 우리 민족의 가장 큰 명절인 추석 역시도 부지런히 급행열차에 올라 우리에게로 달려오겠지요?
비오는날 딱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