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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아들의 해장국에도 그만

BY 일필휴지 조회 : 2,270

재료

콩나물, 다시마, 양파, 북어 외

만들기



어제 저녁에 아들이 집에 왔습니다. 대학 동창들 모임이 있는데 거기에 참석하고자 직장의 일을 마치자마자 귀가한 것이었지요. 저녁을 먹고 나간 아들은 술자리가 길어졌는지 오늘 새벽 4시쯤에야 돌아왔습니다. “피곤할 텐데 어서 눈을 붙이거라.”

미리 전기장판을 예열해 둔 덕분에 금세 잠이 드는 아들이었습니다. 오늘 오후에 다시 일을 나가야된다며 오전 9시에 깨워달라는 아들을 시간에 맞춰 깨웠습니다. 피곤했지만 벌떡 일어나는 투철한 ‘군인정신’의 아들에게 모처럼 이 아빠의 비장의 솜씨로 시원한 해장국을 끓여주기로 했습니다. 이름하여 ‘다양콩마북 해장국’!

다시마와 양파, 콩나물에 이어 마늘과 북어까지 어우러진 5합(合)의 이 해장국은 과음으로 말미암아 더부룩한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건 물론이며 요즘같이 추운 날에 속까지 든든하게 덥혀주는 마력을 또한 발휘하지요. 이를 만드는 방법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먼저 손질한 콩나물을 약간의 물과 함께 조금의 소금을 뿌려 안칩니다. 이것이 끓으면 물을 넉넉하게 더 붓고 마찬가지로 손질하여 잘 씻은 다시마와 양파, 그리고 찧은 마늘과 북어도 넣습니다.

고춧가루와 깨소금으로 간을 맞춘 뒤 불을 약과 중으로 이동하면서 밥을 하듯 뜸을 들입니다. 이렇게 해야만 비로소 콩나물 특유의 웅숭깊은 맛이 우러나거든요! 이렇게 만든 다양콩마북 해장국은 후루룩 들이마셔도 좋지만 또 다른 별미로 만드는 노하우가 별도로 있습니다. 이 해장국을 냄비 따위에 담아 다시 한 번 팔팔 끓이는 겁니다. 그리곤 달걀 하나를 깨어 넣고 이게 익을 무렵엔 송송 썬 매운 청양고추 하나를 추가하는 겁니다.

그럼 뭐 이건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한국인 최고의 속 시원한 해장국의 지존이 되는 거죠! 아들이 대학을 다닐 당시엔 한 집에서 살았습니다. 그래서 어제처럼 과음을 하고 온 날이면 제가 꼭 해장국을 챙겨서 만들어 주었지요. 사족이지만 아들도 두주불사인 저를 닮아 술은 잘 마시거든요. ^^; 한데 지금은 직장 일로 타관객지에 나가 있는 터임에 해장국을 만들어 줄 수 없다는 원초적 한계에 직면하고 말았지요.

어쨌든 평소 술자리와 회식도 많은 곳이 바로 아들의 직장이랍니다. 그래서 말인데 아들이 술은 적당히, 그리고 몸 생각해서 안주를 많이 먹어 배를 든든하게 채운 연후에야 비로소 술을 들었음 합니다. 이같은 바람은 세상의 모든 아빠들이 아들에게 바라는 본능이자 인지상정이리라 믿습니다. “어때 시원하니?” “역시 아빠가 끓여주신 해장국은 식당서 사먹는 것과는 차원부터 달라요!”

등록
  • 제니2011-01-05
    남편한번 해줘야겠어요..감솨해요~~시원하겠당